도쿄 긴자에서 시작된 보행자 천국 제도. 차량 대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공간이 만들어낸 문화와 변화의 상징을 살펴봅니다.


주말이면 차량이 멈추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걷는 거리. 도쿄 긴자의 중심부에선 매주 이러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바로 일본 도시문화의 독특한 실험이자 제도로 자리 잡은 보행자 천국(歩行者天国, 호코텐)입니다.
이 글에서는 긴자에서 시작된 ‘보행자 천국’의 유래와 의미를 살펴보고, 도시의 주인공이 차량에서 사람으로 전환되는 순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탐색합니다.
1. 보행자 천국의 시작 – 도시 공간의 민주화
보행자 천국 제도는 1970년대 도쿄 긴자에서 처음으로 시범 도입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차량 수가 폭증하며 도심의 교통 혼잡, 소음, 공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였습니다.
이에 따라 긴자의 중심 도로 일부를 주말 한정으로 차량 통제하고,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정책이 시행됐고, 이는 ‘호코텐(歩行者天国)’이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됩니다. 초기에는 실험적 제도였지만, 곧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문화행사, 거리 공연, 야외 카페 등 다양한 활동의 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2. 긴자 보행자 천국의 특징
긴자에서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긴자 4초메~8초메 구간의 중앙도로가 전면 보행자 구역으로 바뀝니다. 이때 거리에는 파라솔이 설치되고,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연인들이 산책을 즐기며,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단순한 교통 차단이 아닌, 도시가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재조정되는 상징적인 장면인 것입니다. 쇼핑, 예술, 휴식이 한 공간에 어우러지며 도시가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합니다.
3. 도시계획적 의미 – ‘움직임’이 아닌 ‘머묾’을 위한 공간
현대 도시계획에서 보행자 천국은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보행 중심 설계는 단순히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자는 철학을 반영합니다.
긴자 보행자 천국이 보여주는 공간 설계는 차량보다 사람 중심의 도시 디자인으로의 전환을 상징합니다. 거리를 비우면 사람들이 채운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커뮤니티와 문화는 자동차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가치입니다.
4. 세계 각국의 보행자 거리와 비교
긴자의 보행자 천국은 세계 주요 도시의 유사 제도와도 비교됩니다.
- 뉴욕 브로드웨이 – 타임스퀘어 일부 구간 보행자 전용화
- 서울 청계천 – 자동차 고가도로 철거 후 시민광장화
- 바르셀로나 라람블라 거리 – 걷는 중심의 문화예술 거리
이와 같은 보행자 중심 거리들은 모두 도시의 삶의 질, 문화 창조력, 상권 활성화라는 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5. 긴자의 호코텐이 남긴 것
긴자의 보행자 천국은 단지 거리를 걷게 해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이는 사람이 도시의 중심이 되는 공간 디자인의 출발점이었으며, 일본의 타 도시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된 도시공간 활용 아이디어였습니다.
또한 이 제도는 지역 상권 활성화, 관광 유치, 지역문화 확산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으며, 현재도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 거리 문화제 등과 연계되며 확장 중입니다.
6. 여행객에게 주는 팁
- 운영 시간: 매주 토·일요일 12:00 ~ 17:00 (계절에 따라 변동)
- 위치: 긴자역 또는 히가시긴자역에서 도보 3분 이내
- 체험 추천: 야외 거리 카페 체험, 거리 공연 감상, 기모노 대여 후 산책
7. 걷는 도시, 머무는 사람
보행자 천국은 도시를 바꾸는 가장 간단하고도 강력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를 멈추고, 사람을 중심에 둔 도시의 재구성은 긴자에서 시작된 실험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도시들이 주목하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긴자 거리를 걷는 순간, 단지 관광지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삶과 도시의 철학이 만나는 무대 위를 걷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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