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의 리프레시 회로는 어떻게 데이터를 지키는가? 동작 원리와 방식, 성능 영향까지 한눈에 알아보는 포스트.

컴퓨터 메모리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DRAM(Dynamic RAM)은 빠르고 저렴한 특성 덕분에 메인 메모리로 널리 활용됩니다. 하지만 DRAM에는 결정적인 한 가지 단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데이터가 스스로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DRAM 내부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프레시 회로(Refresh Circuit)라는 특별한 장치가 존재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리프레시 회로의 원리, 구성, 종류를 포함해 그 중요성까지 다뤄보겠습니다.
1. DRAM이 왜 리프레시가 필요한가?
DRAM은 1개의 트랜지스터와 1개의 커패시터로 구성된 메모리 셀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패시터는 전기를 충전하여 1 또는 0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전기가 누설 전류(leakage current)로 인해 빠져나갑니다. 이로 인해 저장된 데이터가 손실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다시 읽고 써주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이 과정을 자동으로 담당하는 것이 바로 리프레시 회로입니다.
2. 리프레시 회로의 기능
리프레시 회로(Refresh Circuit)는 DRAM의 모든 메모리 셀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커패시터를 재충전합니다. 이 회로는 CPU나 사용자 개입 없이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동작합니다.
3. 리프레시 방식 3가지
- Burst Refresh: 전원을 켰을 때 모든 셀을 한 번에 리프레시합니다. 간단하지만 일시적으로 CPU 접근을 중단시켜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Distributed Refresh: 전체 리프레시 주기를 여러 번에 나누어 조금씩 실행합니다. 대부분의 DRAM이 채택한 방식으로, 성능 손실이 적습니다.
- Self Refresh: DRAM 자체가 내부 타이머로 주기적인 리프레시를 수행합니다. 노트북 대기 상태 등 저전력 모드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4. 리프레시 회로의 구성 요소
리프레시 회로는 다음과 같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행 주소 카운터(Row Counter): 다음에 리프레시할 행(row)을 순차적으로 지정합니다.
- 타이머/클럭 회로: 일정한 간격마다 리프레시 명령을 트리거합니다.
- 리프레시 컨트롤러(Refresh Controller): DRAM 전체에 리프레시 명령을 발행하며, CPU 요청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합니다.
- 뱅크 및 행 선택기(Bank/Row Selector): 현재 리프레시 대상이 되는 메모리 셀을 정확히 지정합니다.
이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어, 리프레시가 실행되는 동안에도 대부분의 경우 CPU가 정상적으로 메모리에 접근할 수 있게 합니다.
5. 리프레시 주기: 64ms의 비밀
대부분의 DRAM은 전체 메모리 셀을 64ms 이내에 모두 한 번씩 리프레시해야 합니다. 이 주기는 셀의 전하가 유지될 수 있는 평균 시간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며, 이 시간 안에 모든 행이 한 번씩 리프레시되지 않으면 데이터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 수천 개의 행이 있기 때문에, 리프레시 컨트롤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순환하면서 이 작업을 수행합니다.
6. 리프레시 회로와 성능의 관계
리프레시는 메모리의 일부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시스템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고밀도 DRAM이나 고속 연산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리프레시 지연이 병목이 될 수 있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최근 DRAM은 더 정밀한 분산 리프레시 기법과 동적 리프레시 조정 기술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7. SRAM은 왜 리프레시가 필요 없는가?
SRAM(Static RAM)은 DRAM과 달리 플립플롭(flip-flop) 회로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플립플롭은 전원이 계속 공급되는 한 내부 회로가 데이터를 유지하기 때문에, 리프레시가 필요 없습니다. 그 대신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사용하여 집적도가 낮고 비용이 높습니다. 그래서 SRAM은 CPU의 캐시 메모리와 같은 속도가 중요한 부위에 사용되고, DRAM은 메인 메모리처럼 용량이 중요한 곳에 사용됩니다.
8. 리프레시가 필요 없는 차세대 메모리
차세대 메모리 기술 중에는 비휘발성 메모리(NVM)로 분류되는 기술들이 있으며, 이들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하고, 리프레시가 필요 없습니다.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메모리가 있습니다.
- MRAM (자기저항 RAM)
- ReRAM (저항 변화 메모리)
- 3D XPoint (Intel Optane)
이러한 기술들은 DRAM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리프레시 회로가 필요 없는 새로운 메모리 아키텍처를 가능하게 합니다.
리프레시 회로, 사라지는 데이터를 지키는 숨은 수호자
DRAM은 빠르고 경제적이지만,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리프레시라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리프레시 회로는 DRAM이 실용적으로 작동하게 만든 핵심 요소입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회로 하나가 컴퓨터의 안정성과 성능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프레시 회로는 단순한 부속이 아니라 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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